소식을 전한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갑니다. 고국은 많이 추워졌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여기는 탁상 달력의 날짜가 11월 중순을 지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우기라 한 차례 스콜이 내리고 있어서 더위를 식혀줍니다.
이번 기도 편지는 한 소녀 이야기로 소식을 나누고 싶습니다. 근처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도 모르는 이슬람사원에서 확성기를 통해 울리는 기도소리를 하루에 다섯 차례 듣고 있노라면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납니다. 그 때마다 기도하며 하나님께 구하게 되는 것은 “나를 여기로 왜 보내셨나요?”라는 질문입니다. 물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이 땅에 많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마음 한 곳에 지울 수 없는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소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소녀는 ‘꾸슬리’라는 이름을 가진 6살 소녀입니다. 오후 하굣길에 매일 만나는 소녀입니다. 제가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육교와 건널목을 건너야 합니다. 언젠가부터 집에 들어오는 육교에 한 모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없이 다니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그리고 두 달이 넘게 공사하는 그 속에서 매일 같은 시간 동안 앉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 커다란 자루를 들고 다녀서 무엇을 파는 상인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후에 그 모녀가 구걸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굣길에 매일 만나다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막내딸 생각도 나고, 무덥고, 시끄럽고, 먼지로 자욱한 도로를 놀이터 삼아 놀고 있는 아이가 참으로 불쌍하게 보였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소통이 되지 않은 나의 인도네시아어 실력을 탓하며 만날 때마다 작은 돈을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녀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지난 주 주일, 이 모녀가 생각이 났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까를 고민하다가 꾸슬리의 생일을 알면 작은 선물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아무리 이 모녀를 찾아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집에서 몇 번이고 이들이 있는 곳으로 나갔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다음날 하굣길에 육교 계단에 있는 모녀를 보았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어제 미쳐 주지 못한 과자를 챙겨 모녀에게로 갔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무슨 일 있었느냐는 말로 시작해서 안부를 묻고 꾸슬리 생일이 언제이냐고 물었더니 11월 6일이라는 것입니다. 너무도 신기했습니다. 이 모녀를 위해 기도한 날, 생일을 챙겨주어야겠다고 결심한 날이 바로 꾸슬리 생일이었습니다. 꾸슬리를 위해 준비해 둔 과자가 생일 선물이 되었습니다.
제가 들은 모녀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현재 이 엄마는 사십대 중반으로 4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남편은 꾸슬리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있는 큰 아이를 제외하고 세 아이와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큰 아이가 돈을 조금 보내기는 하는데 세 아이와 먹고 사는 것이 너무 어려워 매일 육교에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내와 함께 이 모녀에 대해 어떻게 도울 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행여 이들을 돕다가 불법 포교 활동으로 몰리지는 않을지..., 돈 때문에 이들이 망가지지는 않을지..., 그러나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이 나를 이곳에 보내신 의미를 생각하였습니다. 복음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나에게 오셔서 복음을 전해 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복음을 몰랐을 것입니다. 복음을 전해주시는 예수님이 나의 조건을 따졌다면 나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을 것 입니다.성경에 대해, 이슬람에 대해 그리고 선교에 대해 아무리 오랜 시간 공부하였어도 알지 못했던 한 영혼의 소중함을 꾸슬리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모녀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받은 자로 어떻게 그 사랑을 전할지 다시 부르심에 소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찾아와 주시는 사랑, 함께 하시는 사랑, 그리고 그 영혼을 위해 역사하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기도해주세요.
온전히 하나님을 사랑하며, 하나님이 주신 사랑으로 한 영혼을 사랑하도록.
언어의 진보와 건강을 위해 특히, 오른 눈에 비문증이 사라지도록.
지혜를 주셔서 꾸슬리와 엄마 피트리를 잘 도울 수 있도록.
하라판 인다 신학교를 위해, 하나님의 은혜를 채워주시도록.
한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하나님을 더욱 더 사랑하며, 아내가 건강하도록.
2022년 11월 15일
자카르타에서 최 도마 드림
- 현지 보안 문제로 앞으로는 가명을 사용합니다. - 기도편지를 인터넷 상에 올리지 말아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 카톡으로 기도편지 링크를 주고 받는 것은 가능합니다.
- 연말 정산을 위해 기부금 영수증이 필요한 분들은 미션펀드를 통해 후원해 주세요. - - 후원자 이름을 비공개로 신청해도 행정 관리팀에게 전달 됩니다. 비공개로 설정하시길 권면 드립니다.-